격투기 무대에서 종종 피지컬을 앞세운 파이터들이 돌풍을 일으킬 때가 있다.
정교한 기술이나 풍부한 경험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힘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파이터.
실제로 신체조건에서 크게 차이나면 상대의 테크닉을 힘으로 뭉개는 것이 가능하다.
밥샙이 그랬다. 힘을 앞세운 무식한 러쉬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퍼포먼스를 보인 밥샙은
K-1의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를 난폭한 펀치 난타로 때려눕히며 반향을 일으킨다.
"궁극의 힘 앞에 테크닉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
UFC의 브록 레스너도 그러하였다. 프랭크 미어를 어린애 다루듯이 깔아뭉개고 때려눕히는 모습에
슈퍼 헤비급을 신설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초반에 괴물 파이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후에 빠른 한계를 노정하며 몰락해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상의 무대에서 힘만으로는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런 측면에서 요즘 UFC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인 파이터가 한 명 있으니.
프란시스 은가누. 그는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카메룬에서 태어났고 은가누가 태어난 1986년 9월 카메룬에는 무료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 없었다.
가난과 기회 부재, 박탈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단지 학교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일터로 나아갔다.
은가누는 어린 시절부터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했고 프로복서가 되고자 하였으나 누구도 은가누의 꿈을 진지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집안형편 탓에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은가누는 12살이 되던 해에 광산에서 일하기 시작.
건설현장에 사용될 흙을 삽으로 퍼서 트럭 적재칸에 싣는 일이였는데 정말 고되고 위험한 일이였다고 한다.
때로는 정강이까지 물이 차오르는 강에 서서 강바닥의 흙을 하루종일 퍼야했고 높은 비탈에서 흙더미가 인부들에게 굴러떨어지는 가파른 채석장 바닥에서 일하기도 했댄다.
은가누의 아버지는 악명높은 길거리 싸움꾼에 건달로 은가누가 6살이 되던 해에 가족을 버린다.
아버지는 언제나 행패를 부리고 다녔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은가누가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어릴 적부터 신체가 건장하고 힘이 세자 주변 사람들은
"넌 크면 니 애비랑 똑같이 될 거다."
라고 했댄다.
은가누는 그게 너무 수치스러웠고 나는 절대로 그 사람(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고.
그러나 실제로 은가누는 격투기를 좋아했고 괴력을 타고났기에 싸움을 잘했다.
은가누는 자신의 재주를 합법적으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22살이 되던 해에
고향을 떠나 카메룬에서 가장 큰 도시 두알라로 향했다.
그는 의류 제조 회사에서 옷이 들어찬 무거운 가방을 옮기는 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독학으로 복싱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고 여기에서는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도달한 은가누는 이민을 결심하게 된다. 어디로?
예술의 나라, 프랑스로!
파리의 길거리에 발을 내딛은 은가누는 다짜고짜 복싱 체육관을 찾았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근처에 복싱 체육관이 어디에 있냐고 물은 후 괜찮아보이는 곳을 발견하면 그냥 들어가서 코치에게
"난 파리에 이제 막 왔다. 집도 없고 돈도 없지만 여기에 구걸하려고 온 거 아니다.
나는 세계 챔피언이 될 사람이기에 훈련 장소가 필요할 뿐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 이딴 소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 미친 놈아! 안 꺼져??"
이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은가누같은 놈이 체육관에 찾아와서 그리 말하면 경우가 다르지.
은가누는 곧 자신을 받아주는 코치를 발견했고 코치가 건네준 50달러로 백팩과 운동복, 셔츠, 타올 등을 구입.
은가누의 코치는 은가누가 혼자서 익힌 복싱실력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나 체육관의 다른 사람들은
돈을 벌려면 MMA를 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복싱무대는 좁은 세계고 힘있는 프로모터나 트레이너 등의
연줄이 없다면 MMA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였다. 이에 은가누는 MMA가 뭐냐고 물었고.
"이게 뭐야? 난 이딴 거 안 할 거임! 안 한다고!"
라고 대번 손사래를 쳤다고. 은가누가 보기에는 그라운드에서 나뒹구는 MMA가 완전 이상해보였기 때문이다.
은가누는 복싱을 연마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으나 복싱 체육관이 주말만 되면 문을 닫는지라 결국 주말에는
노숙자가 되어야 했다. 일주일 내내 오픈하는 체육관을 찾던 은가누는 로페즈 짐이라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거기에서도 체육관 사람들은 은가누를 환영했다고 한다. 체육관 관장인 로페즈도 은가누를 보고 몹시 기뻐했다.
그 또한 카메룬 태생이였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의 MMA 무대에서 활약한 베테랑이기도 했다.
은가누의 사정은 확인한 로페즈는 은가누에게 운동장비가 가득한 가방을 줬고 은가누가 체육관에서 숙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로페즈는 은가누의 트레이닝을 몇 시간 지켜보더니 "이 놈 보통이 아니다. 물건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몇 달을 연습해야 될 것을 은가누는 몇 분이면 습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가누는 여전히 M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그는 어린 시절에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하며 프로복서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복싱에 대한 꿈을 접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로페즈는 은가누에게 MMA 파이터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를 주선해주었는데 은가누는 MMA 무대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MMA가 자신의 피지컬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어느새 유럽에서는 은가누와 싸우려는 파이터가 없어진 은가누의 29번 째 생일날, 로페즈로부터 생일 선물이 도착했다.
UFC 계약서
이후 연전연승.
MMA에 입문한지 4년 만에 헤비급 최강의 하드펀처이자 피지컬 머신으로 평가받으며 UFC 탑 컨덴터가 되었다.
은가누의 강점은 역시 우수한 신체조건에서 뿜어져나오는 괴력이 아닐까? 알롭스키나 오브레임을 원펀치로 떄려눕힐 만큼 복싱 스킬도 우수하고 그라운드에서 힘으로 서브미션을 거는 등 그 완력이 헤비급에서도 돋보인다.
그러나 헤비급 챔피언인 미오치치와의 대결에는 그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쟤도 반짝이구나?"는 소리가 나오기도?
워낙 은가누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 것 같다. 1라운드에는 기세좋게 몰아붙였으나 이후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고 미오치치에게 판정패당하고 말았다.
경기 이후 은가누는 자신의 패배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6개월 동안 특급 레슬러들을 불러서 레슬링을 보강하겠다고 했는데 힘으로 밀어붙이는 시합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것을 미오치치와의 시합을 통해서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은가누는 오는 7월 UFC 226에서 데릭 루이스와 맞붙는다.
은가누가 완성형 괴물이 되어서 돌아올지 그냥 반짝하고 말지 이번 경기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완전한 괴물 파이터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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